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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 작가로서의 첫 번째 장애물

kyupd123 2024. 12. 30. 15:07

작가의 첫 번째 작품은 그동안 봤던 모든 영화, 드라마, 소설 등 직간접 경험의 집합체이다. 

 

그래서 대부분 작가들의 첫 번째 작품은 아름답다. 최소 20년 이상의 고유한 경험을 글로 전환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 이후에 발생한다.  어느덧 글을 쓰면 "이 장면을 넣는 것이 옳은가?"를 의문하게 되고, 그 의문에 대해 답할 수단이 없어 좌절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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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모자의 이야기를 음흉한 음모를 꾸미는 늑대의 시점에서 기술할까?

아니면 불쌍하게 뱃속에 갇혀 있는 할머니의 관점에서 서술할까?

 

초보 작가는 이런 질문에 대한 답변을 내릴 수 없다. 그동안 직관 및 개인적 호불호로 글을 써왔기 때문에 마땅한 기준치가 없기 때문이다. 답에 대한 정답을 모르니 불만이 생겨나고, 불만이 생겨나니 글의 재미가 사라져, 키보드를 멀리하게 된다.

 

그렇다면, 초보 작가의 입장에서 이러한 일을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정답은 놀랍게도 단순하다.

 

"글이 막히면 도서관에 가라."

 

작가의 "창작 방해"란 "할 말이 다 떨어졌다"는 의미이다

 

데이트와 비유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처음에는 서로에 대해 잘 모르는 상태이니, 할 말이 많을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직장, 취미, 다녔던 학교, 좋아하는 연예인 등 일상적인 소재도 충분히 재미있다.

 

그러나, 만나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어색한 침묵이 관계를 잠식하거나 대화는 아무말 대잔치로 전환되어, 신선했던 상대는 금세 진부해진다. 작문도 마찬가지다. 처음에 키득거리며 작성했던 내용에 반복적인 패턴들이 생성되면서 질려버린 것이다.

 

그럴 때는 입력값을 늘려야 한다. 

데이트  -----------------------------------------------              작가

"사람들이 살아가는 흥미로운 이야기" -->                 "역사"

"나에게 일어난 재미있는 사건" -->                     "심리학, 철학"

"이를 미사여구와 농담으로 즐겁게 꾸민다" ---> "수사학, 유머"

 

글을 많이 접할수록 자신과 공명하는 글귀 및 지혜들을 발견하게 되고, 그것이 다음 작품에서 반영될 든든한 직관적 기반이 될 것이다. 

 

 

특히, 작가와 역사는 떨어뜨릴 수 없는 관계라 생각한다. 길게 보면 30만년, 짧게 보면 2천5백만 년의 역사는 약 100억의 인구, 100억의 독특한 사연들과 지혜들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소재가 끊길 수가 없다. 그래서 난 역사학자들을 숭배한다. Mark Edward Lewis, Lord Andrew Roberts, Sima Quan 등.

 

역사를 친구로 두면, "더 이상 새로운 이야기가 없다"란 말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소리인지를 깨닫게 된다. 소재와 지혜는 무한하다. 그러면서 "작가의 진정한 어려움"이 무엇인지 파악하게 된다.

 

작가의 진정한 어려움이 무엇이냐? 

A4 용지 기준 약 100~120 페이지의 소설(A5 기준으로 약 320페이지)을 작성하기 위해,

최소 120권의 전문서를 읽어야 한다는 진실이다(하루종일 책만 읽어도 약 3개월 어치의 독서 분량)

 

글쓰기 전에, 최소 3개월 동안 글만 읽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 주장과 신생 작가의 금전적인 부담을 합친다. 신생 작가는 서둘러 좋은 글귀를 작성해서 사회적으로 실력을 인정을 받고 싶은 욕심이 있는데, 그런 마음 상태에서 키보드를 내려놓고 3개월 동안 수 백 권이 넘는 서적을 읽어야 하니, 마음이 얼마나 급하겠는가? 

 

초조하고 긴장감이 넘친다. 

 

그리고 절대적인 자신감도 생긴다. 

 

이것이 작가가 되기 위한 가장 바람직하고 빠른 길이다.